: 겨울의 시작. 기나긴 병고와의 전쟁.

"아 디질 것 같애..." 아무래도 단단히 체한 듯싶었다. 이게 다 어제 그 꼬맹이네 형제들 때문이었다. 암만 급했어도 시켜놓은 피자는 다 먹고 가야 할 것 아닌가. 절반도 안 먹고 저희들 집으로 돌아가 버린 망할 형제들 때문에 남은 피자를 먹어 치워온 게 화근이었다. "그러게 내가 적당히 먹으라 했지." "그럼 그 많은 걸 남기리?" 남기기 아깝기도 하고...

산혁×신우 : 크리스마스에는 애정을

#. 평온한 나날들. 여느 때와 같은 하루가 지나간다. 이른 시간에 기상하여 아침 운동을 다녀오며 그날의 날씨를 체크한다. 집에 다시 돌아와 아침을 준비하고 신우를 깨운다. 씻고 나온 신우와 밥을 먹고 그날의 기온에 맞는 외투를 챙겨준다. 골라주는 대로 얌전히 입은 신우를 학교에 내려놓고 출근하는 하루. 많은 시간 아래 적지 않은 변화도 생겼다. 신우는 또...

: 1월 1일의 8형제 이야기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까지는 아니어도 오랜 과거이기는 한 어느 날의 이야기다. 자그마치 13년 전의 12월 31일. 아직은 8형제의 부모님이 살아계시던 무렵, 가족들에겐, 새해의 첫날은 꼭 친가에서 맞이하는 관습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한 해의 마지막이자 새로운 해의 발디딤을 맞이하기 위해 친가로 떠날 준비를 하던 8형제네의 이야기다....

: 평화를 찾아가는 길모퉁이 위에서.

한성 "차리기도 귀찮은데. 그냥 시켜 먹지." 재준 "어. 카드 준 걸로 시켜. 형은 선우 죽 좀 먹이게." 한성 "쯧쯧. 저 팔불출." 어느덧 저녁 시간대.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온 한성이 부엌에서 조리 중인 재준을 발견한다. 하루종일 일하다 와놓고선 저녁이라도 직접 차리려는 걸까 싶었으나, 그건 또 아닌듯 죽을 끓이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그냥 대충 인스...

: 집 나간 아이 찾기 대작전. 그리고 가출의 내막.

"그러니까... 누구신지..." 이 주말에 현관 앞에서 진땀을 빼는 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행복한 휴일을 누리며 자려던 잠도 다 달아나버렸다. 열한 시면 아침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댓바람부터 초인종을 눌러댄 건 선 넘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억지로 깨워 밥이며 약이며 먹인 재준 때문에 겨우 선잠에 들었던 건데. 그래놓고 한재준 본인은 유유히 출근하러 ...

: 글쎄, 셰어하우스가 아니라니까?

"저기, 이거 그냥 아닌 것 같아. 나 그냥 갈게." 안내원을 자처해 앞서 걷던 한성이 찌푸려진 미간으로 뒤돌아 봤다. 집앞까진 잘만 졸졸 따라와놓고. 금세 물러선 태형이 어깨의 책가방 끈만 꼭 쥔 채로 소심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대문 도어락을 누르려던 한성이 멈칫하고는 돌아섰다. 여간 답답한 게 아닌 당자에 한숨 섞인 말이 절로 새어나왔다. "왜. ...

: 허공에 흩뿌려진 불투명한 파편

가장 뜨거운 여름에 가장 차가운 비극을 맞이했던 날. 삶의 전부가 빠져나가는 듯 하여서, 좀처럼 적응되지 않을 것 같던 일상이었는데,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차츰 적응이 되고 정리가 된 감정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몇 일이 흘렀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장마가 다 지나간 여름의 풍경은 더욱 깊고 뜨거워졌고, 여름 방학식도 훌쩍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필독 부탁드립니다.

제 2악장_ 기다림, 그 교육이 의미하는 것.

Episode : 파티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 달빛 속에선 온 세상이 푸르니까.

집 안에서는 나가기 싫다며 형들한테 투정을 부리고 발을 질질 끌었지만, 막상 신발을 신을 때가 되자 정국이 싸늘하게 남기고 간 '10초.'라는 말만이 연속해서 귀를 찔렀기에, 오늘따라 잘 신어지지 않는 운동화를 대충 구겨 신고 부랴부랴 하숙집을 나왔다. 넓은 마당에는 보이지 않는 정국의 모습에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고, 열려 있는 대문...

: 폭풍전야와 천하태평의 공존.

'꾹-꾹-' 입술은 잔뜩 튀어나오고, 눈동자엔 잔뜩 분노를 담아서는, 한껏 불만이 쌓인 얼굴을 한 신우의 손가락이 부서질세라 화면을 꾹꾹 눌러댄다. 작은 반항이자 복수라고 생각하며 쉴새없이 타자기를 두드린지도 꽤 된건지, 아직 읽지 않은 1 표시가 뜬 메세지 열댓개가 줄지어 있다. 제 자유시간을 망가뜨렸으니 똑같이 업무시간을 망가뜨려주겠다는 심산으로 5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