𝐁𝐥𝐨𝐬𝐬𝐨𝐦

: 별처럼 너의 하늘에 머물고 싶었어.

날 스치는 그대의 옅은 그 목소리 내 이름을 한 번만 더 불러주세요 뙤약볕을 배경 삼아 걷고 또 걸어 고즈넉한 산속으로 접어든 정국은 작은 납골당 앞에 다다라서야 걸음을 멈춘다. 몇 안되는 단의 개수와 외진 곳에 위치한 위치상의 탓인지, 안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쾌쾌한 먼지가 호흡을 막아왔다. 산골의 햇볕은 잘 들지만, 시들어 있는 꽃들과 자욱한 먼지를 보면...

: 뛰는 강아지들 위에 나는 호랑이들.

#. 늘상 그래왔던 것이지만, 태형은 자신에게 내려진 요리 금지령이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물론 정국도 처음부터 태형이 요리를 못하게 한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 하고 싶다고 나서는 애의 의견을 굳이 꺾어놓을 필요도 없을 뿐더러, 주방에 들어가는 태형의 모습은 장난감을 얻은 어린아이 마냥 잔뜩 신이 나 있었으니 말이다. 좋아하는 게 한 눈에 ...

: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되는 삶.

'시리우스 별자리.' 언젠가 한 번 신우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아마 어둠이 내려앉은 방안 침대에 몸을 맞대고 누워 잠을 청하려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도 않던 별 두어 개가 밤하늘에 작은 점처럼 박혀 있었고, 산혁의 토닥거림에도 잠들지 않고서 한참이나 그것들만 뚫어져라 바라보던 신우는 문득 잔잔한 목소리로 운을 뗐다. ...

여러분들이 읽으셨으면 하는 짧은 공지입니다

< 짧은 공지입니다. > 1. 하숙집 완결 후 - 아마 완결까지 열 편도 안 남은 것 같은데 완결이 되면 후기와 짧은 Q&A를 가질까 생각 중에 있습니다. 차기작인 중력은 첫 파트가 다 짜였기에 올라가는데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중간 정비 시간은 조금 가질 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하숙집 번외가 올라갈 수도? 2. 인스타...

: 허공에 흩뿌려진 불투명한 파편

가장 뜨거운 여름에 가장 차가운 비극을 맞이했던 날. 삶의 전부가 빠져나가는 듯 하여서, 좀처럼 적응되지 않을 것 같던 일상이었는데,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차츰 적응이 되고 정리가 된 감정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몇 일이 흘렀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장마가 다 지나간 여름의 풍경은 더욱 깊고 뜨거워졌고, 여름 방학식도 훌쩍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 끝없는 장마 속에서 펼쳐진 마지막 우산

'투둑- 투둑-' "장마인가 봐요... 엄청 내린다. 그쵸?" "그러게. 오늘은 그냥 단둘이 있을까?" "뭐래, 주책없는 아저씨. 학교나 회사는 어쩌고." "(피식-) 와서 밥 먹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이른 아침부터 쏟아져 내리는 비는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았고, 한여름의 장마는 좀처럼 쉽게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로 하릴없이 내리고 또 내렸다. ...

: 푸르른 저 하늘 아래 너와 함께 있을래.

"너 요즘 전정국이랑 대화하기만 하면 시들어 온다?" "ㅇ...아니거든..!" 먼저 교실에 들어와 필통을 꺼내고 차근차근 시험 응시 준비를 하던 신우가 축 처진 어깨로 들어오는 태형을 보고선 움직임을 멈추고 눈을 가늘게 뜬다. 가나다 순으로 배치되는 번호에 따르면, 둘 사이의 번호도 앞뒤기에 바로 앞자리까지 걸어온 태형은 느리게 책가방을 벗어내어 필통과 책...

: 장마철의 시작, 소나기가 내리다.

"...(삐죽삐죽)" "(피식-) 이제 그만 입 좀 집어넣지?"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 가자던 그 다정한 말에 넘어오지 말 걸 그랬다. 솔직히 이렇게 생각한다 해도 막상 다시 아까의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어쨌거나 산혁에게 무의식적으로 이끌려왔을 것이지만, 이건 오로지 생각과는 별개로 봐야 하는 문제다. 그러니까 날도 좋고 볕도 좋은 딱 오늘 같은 날. 기껏 ...

제 3악장_ 지옥과 나락의 그 중간에 서다.

"...." 달그닥 달그닥. 잠을 충분히 잔 덕인지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잠귀가 예민해진 탓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 늦은 아침이 되어서야 눈을 뜬 시율이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으며 맹한 정신을 쥐고 있다가 이내 몸을 일으킨다. 그러나 허리에 힘을 주기가 무섭게, 어제 온종일 당했던 일로 인한 후유증이 한 번에 몰아닥치는 지라 하마터면 바닥으로 고꾸라질 ...

: 부쩍 다가온 여름의 풋내음.

"코치님! 코치님! 내일 신우 퇴원한대요!" "얼씨구, 그게 그렇게 좋아?" 삐뚤빼뚤한 글씨를 쳐다보며 빨간 펜을 놀리던 정국이, 신나서 몸을 들썩이는 태형을 보고선 못 말린다는 듯 피식 웃는다. 그렇게 파티하러 갔다가 초만 치고 온 날과 독한 감기에 걸려 앓아눕던 날로부터 이주가 넘게 지난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짧지만은 않았던 기간 동안 변한 것은 꽤 ...

필독 부탁드립니다.

제 2악장_ 기다림, 그 교육이 의미하는 것.